한국의 분식 프랜차이즈 중에 떡볶이와 튀김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아딸’ 이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1970년대 문산에서 튀김가게를 하던 이영식씨의 딸 이현경씨가 아버지의 음식 비법을 전수받아 서울 금호동에 ‘자유시간’이라는 분식집을 차렸고 이 분식집이 소위 대박을 터트리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현경씨의 남편 이경수씨가 대표로 있던 오투스페이스가 ‘아버지가 튀긴 튀김, 딸이 만든 떡볶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아딸’ 이라는 브랜드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아딸’ 프랜차이즈 사업은 승승장구해서 오투스페이스는 매출액 1,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으나 2015년 대표 이경수씨가 음식업자와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가맹점 공사 및 운영과 관련하여 61억원 상당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면서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석방) 사업이 휘청였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표 이경수씨가 부인 이현경씨와 이혼 소송에 휘말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아딸’이라는 상표 (복수의 관련 상표들 포함)가 회사 이름이 아닌 이현경씨 개인 이름으로 등록된 상태라 이현경씨가 가맹본부인 오투스페이스 (이경수씨 구속 후 이경수 씨 동생인 이준수씨가 대표)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5월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현경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앞서 오투스페이스는 이현경씨가 ‘아딸’ 상표의 명의 신탁자에 불과하므로 상표권 등록을 취소해달라고 특허법원에 등록취소 소송을 냈지만 이 청구가 특허법원에서 기각된 이후의 일입니다.
두 차례의 법적 분쟁에서 완승한 이현경씨는 (주)아딸 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고 전국에 산재한 560개 ‘아딸’ 분식점 가맹점들에게 통지하여 오투스페이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주)아딸과 새롭게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을 것을 종용하고 나섰습니다. 오투스페이스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감탄떡볶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기존 가맹계약을 유지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간판 교체 비용을 전액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기존의 아딸 가맹점의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아딸 상표를 사용하려면 이현경씨의 새로운 회사와 가맹 계약을 해야 하고, 반면 오투스페이스와 기존 계약을 이어가려면 아딸 상표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간판을 바꾸고 새로운 브랜드로 영업을 시작해야 할 형편입니다.
세금이나 지배구조 등을 이유로 상표권을 가맹본부 (회사) 명의가 아닌 창업주 또는 회사 대표의 명의로 등록하는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회사와 창업주 사이가 벌어지면 이렇게 ‘아딸’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 중 종종 상표는 출원만 해 놓은 상태에서 가맹점 모집에 서둘러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가맹점 수는 사업 성공 여부의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상표권을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확장한 가맹사업은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크게 유행한 매운 직화구이 닭요리 전문점 중 하나인 ‘홍초불닭’은 상표권을 확보한 후 가맹점 모집에 나섰음에도 예기치 못한 복병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던 사례였습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에서 매운 불닭 요리는 전국에 2,000 여개 전문점이 생길 정도로 대유행이었는데, 이 유행의 중심에는 업계 1위였던 (주)홍초원의 ‘홍초불닭’이 있었습니다. 홍초원은 2005년 당시 불과 일년만에 가맹점 160여개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홍초원은 2001년 12월 ‘홍초불닭’이라는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았으나 이보다 이른 2000년 초 강원도의 부원식품이 등록한 ‘불닭’ 상표보다 출원일이 한참 후였습니다. 부원식품은 자신의 상표인 ‘불닭’ 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홍초불닭’이 등록되지 말았어야 한다며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홍초불닭 가맹점들에게도 경고장을 보내 간판을 내리라고 요구했습니다.대법원까지 갔었던 상표등록 무효소송에서 결국 부원식품이 승리하여 ‘홍초불닭’은 등록 무효가 되었고, 홍초원의 가맹점들은 대체 브랜드인 ‘홍초레드스테이션’으로 간판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 홍초원의 반격으로, 자신들의 ‘홍초불닭’ 상표권은 무효가 되었지만 홍초불닭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선 등록 상표인 ‘불닭’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달라며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제기한 것입니다. 즉, ‘불닭’이라는 상표가 등록될 당시가 아닌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 제기 당시인 2007년을 기준으로 판단해서 식별력이 있는지, 있다면 ‘홍초불닭’이라는 단어가 과연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 판단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이 배경에는 이미 전국에 불닭 전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너도나도 ‘불닭’ 이라는 이름을 채용한 세태를 반영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주장은 특허법원에서 받아들여져서 2007년 시점을 기준으로는 ‘불닭’이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상실했다는 판결을 얻어냈고, 이에 홍초원은 ‘홍초불닭’ 상표의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무효화하기 위한 이의 신청을 해 6년만에 적법하게 ‘홍초불닭’의 사용 재개를 허락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불닭 열풍은 가라앉고 연이은 소송으로 엄청난 법적 비용을 지불한 후라 상처뿐인 승리로 막을 내린 셈이 되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지식재산권은 사업 성공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조사 및 완벽한 권리 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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