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31일 밤 9시와 자정에는 시드니 항구가 형형 색색의 불꽃으로 물듭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벅찬 감정을 안고 세계적인 이벤트를 구경하러 오는 인파로 인해 시드니 항구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하버브릿지와 수많은 바지선에서 쏘아올리는 폭죽들은 레이저 쇼와 배경 음악 등이 가미되어 종합 예술화 되었고 규모와 구성면에서 탁월한 시드니의 새해 전야 불꽃놀이는 전세계로 방송 생중계됩니다. 가장 최근 열렸던 2017년 새해 전야의 불꽃놀이는 무려 15개월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 총 7톤 가량의 화약이 사용되었고 약 2만여개의 폭죽이 채 30분이 안된 이벤트에 쏘아올려졌습니다.
1999년12월31일 개최된 시드니 밀레니엄 새해맞이 불꽃놀이는 2000년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매우 성대히 치뤄졌습니다. 이 행사의 주최는 시드니 시티 카운슬 (The City of Sydney) (이하 “카운슬”)이었고 삼백만불 가량의 예산이 소요되었습니다. 카운슬 측은 이 비용 중 일부를 보전하고자Nine Network (채널9)에 불꽃놀이의 영상녹화 및 방송과 관련한 독점권을 주었고 이 대가로 채널9은 카운슬에 사십오만불의 기여금을 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Australian Broadcasting Corp (ABC) 방송국의 채널2가 시드니 불꽃놀이를 취재해서 전세계로 방송하겠다고 예고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의 BBC 방송국 주도로 전세계 방송국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새해 맞이 행사를 릴레이식으로 중계하기로 했고 이 컨소시엄에 호주 ABC 방송국이 가입하여 시드니의 새해 맞이 행사인 불꽃놀이를 취재해서 방송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카운슬로부터 방송 독점권을 부여받은 채널9은 ABC방송국의 저작권 침해가 예상된다며 연방법원에 ABC방송국을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Nine Network Australia Pty Ltd v Australian Broadcasting Corp [1999] FCA 1864). 채널9측은 불꽃놀이에 예술적 기교 (artistic craftsmanship)와 드라마틱한 요소 (dramatic work)가 가미되었고 음악을 동반한 짜임새 있는 시각적 구성 (script for the fireworks display accompanied by music)은 그 자체로 저작성이 포함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시드니 하버브릿지에 설치된 전등들, 조형물, 해양생물체 형상의 그림 (drawings) 등에도 원작성(originality)이 있어 저작권이 존재하므로 이를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촬영하고 방송하려는 ABC의 행위는 저작권 침해행위가 되므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Nine Network의 채널9이 ABC방송국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Hill J 판사는 불꽃놀이가 저작권법에서 규정하는 드라마틱한 작품 (dramatic work)이라는 채널9의 주장에 의구심이 든다면서 다른 이벤트와 결합되지 않은 불꽃놀이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권법 제10조1항에서 정의하는 안무 (choreographic) 또는 대사가 없는 쇼, 영화 필림을 위한 시나리오나 대본 등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틱한 작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불꽃놀이를 준비한 주최측에서 미리 화약의 폭발 시점, 위치, 종류 등을 예측해서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폭죽이 터지는 과정이 일시적 (transitory)이고 우연성을 띨 수밖에 없어 저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설령 불꽃놀이에 저작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첫째, ABC방송국이 Nine Network와는 달리 공영 방송사라는 점, 둘째 시드니 시티 카운슬과 채널9간 맺은 독점방송계약 내용에 허점이 있다는 점, 셋째 ABC방송국이 해당 방송을 하겠다고 8월부터 예고했음에도 채널9이 연말에 임박하여 소송을 시작한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채널9의 불꽃놀이 취재 및 방송 목적이 공익을 위한 뉴스 제공에 있으므로 저작권 침해 예외 조항 중 하나인 제42조 (뉴스 목적의 저작물 이용 가능)에 의거 ABC 방송국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판결문에서 Hill J 판사가 과연 불꽃놀이가 ‘뉴스’의 영역에 포함되는 지 고심하면서 결국 오락과 유머 그리고 뉴스의 경계가 모호해진 최근의 시류를 인정하여 인포테인먼트 (info-tainment) 목적의 방송도 저작권법 상 뉴스 관련 공정이용 조항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 점입니다. 아울러, 시드니의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호주 전역, 그리고 전세계적인 이벤트임을 인정해서 이를 공영 방송사가 방송하는 것에 공익적인 목적이 있다고 확인한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은 가처분신청 단계에서 종료되어 본안 소송까지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 판결이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법원의 이런 결정으로 당시 시드니 시티 카운슬로부터 독점 방송권을 허여받는 채널9외 ABC 방송국도 방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작권법의 적용을 강화하면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 창작 행위를 장려하는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반대로 독점권 강화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쪽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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