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2일 호주 의회는 Copyright Amendment (Online Infringement) Act 2015를 제정해서 Copyright Act 1968 상에 새로운 조항인 제115A조를 신설, 저작권을 침해하는 해외 웹사이트를 호주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조치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저작권 침해 사례가 있어도 해당 웹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거나 자료를 여러 나라에 분산 저장할 경우 법원의 판결을 받고도 집행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신설된 제115A조에 따르면 이런 사각 지대를 개선하고자 저작권자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 (injunction)을 해서 받아들여지면 통신서비스 제공자 (예를 들어, Telstra, iiNet 등)로 하여금 호주 내에서 해당 웹사이트로 접속하는 트랙픽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 제115A조에 근거해서 해외 웹사이트로의 접속 차단 명령을 받아내려면 크게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첫째, 가처분 신청의 피신청인, 즉 특정 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신청 대상의 웹사이트로의 온라인 접속을 제공하는 당사자일 것, 둘째, 당 웹사이트가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침해를 조장하는 행위를 하고 있을 것, 셋째, 당 웹사이트의 주 운영 목적이 저작권 침해 또는 침해 조장에 있을 것 입니다.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파일을 토렌트 파일 (torrent file) 형식으로 업로드 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만든 사이트, 또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콘텐츠로 연결될 수 있는 링크를 담고 있는 경우에 위 두번째 조건인 저작권 침해 또는 침해 조장 사이트로 간주됩니다.
세번째 조건인 ‘당 웹사이트의 주 운영 목적이 저작권 침해 또는 침해 조장’이라는 부분이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단순히 웹사이트 내 아주 적은 비율의 저작권 침해물이 있는 경우나 간접적 또는 의도치 않게 저작권 침해물이 담겨 있는 사이트의 경우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YouTube나 Wikipedia와 같은 사이트에 설령 일부 저작권 침해물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사이트들의 주 목적이 저작권 침해 또는 침해 조장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제115A조에 의거 이런 사이트로의 접속 차단 명령을 받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제115A조를 근거로 해외 웹사이트로의 접속 차단을 요청한 첫번째 케이스가 2016년에 있었던 Roadshow Films Pty Ltd v Telstra Corporation Ltd [2016] FCA 150사건 입니다. 이 사건에서 Roadshow Films과 여러 저작권자들은 영화와 TV프로그램들을 스트리밍 형식으로 서비스하는 해외 웹사이트인 ‘SolarMovie’ 로의 접속을 차단해 달라며 Telstra, Optus, TPG, iiNet 등를 상대로 법원에 접속 차단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Foxtel 측도 함께 가처분 신청을 청구해서 해외 토렌트 파일 공유 사이트인 ‘Pirate Bay’, ‘Torrentz’, ‘isoHunt’, ‘TorrentHoud’로의 접속 차단을 요청했습니다.
이 두 사건들은 법원에서 동시에 다루어졌고 결과적으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법원은 거론된 해외 웹사이트들을 호주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라며 Telstra, Optus, TPG, iiNet 등에 명령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이들에게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접속 차단에 나설 것을 주문했는데, DNS blocking, URL blocking, IP address blocking 등의 방법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한, 차단된 사이트로 접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접속하려고 하는 웹사이트는 저작권 침해로 인해 접속이 차단되었습니다’ 라는 문구를 전시하라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이트 차단 조치를 3년 동안 지속하라고 명령하고 저작권자의 신청이 있으면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해당 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이 접속 차단을 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을 신청인 (저작권자)에게 부담해달라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법원은 이 요구를 받아들여 신청인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되 차단 대상 사이트 당 Optus 에게는 $1,500, TPG에게는 $50 을 지불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Telstra는 어처구니 없게도 $10,000 정도의 set-up비용이 필요하다며 신청인에게 이 금액을 지불할 것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과도하다며 이 요구를 기각했습니다.
호주보다 앞서 영국 및 싱가포르에서도 제115A조와 유사한 저작권법이 시행되었는데, 이로 인해 차단된 사이트들이 악명높은 ‘The Pirate Bay’, ‘isohunt’, ‘Demonoid’ 와 같은 파일 공유 토렌트 사이트들 및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First Road Sports’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약 600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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