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초상권’이라는 말은 자신의 초상 (얼굴 또는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포함)이 타인에 의해 함부로 촬영, 공표 또는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리킵니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초상을 재산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서 퍼블리시티권 (Right of publicity)을 주장할 수 있는데, 법규가 상이한 호주에서는 초상권 또는 퍼블리시티권 자체를 규정하는 특별한 법률은 없습니다. 호주의 판례법에 의하면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모습을 허락없이 촬영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호주에도 프라이버시법 (Privacy Act)이라고 명명한 법률이 있지만 이 법은 개인 정보의 수집, 보관, 이용을 규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인의 초상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규제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촬영한 사진 또는 동영상을 동의 없이 함부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관련 법률인 소비자법 (Australian Consumer Law), 명예훼손법 (Defamation Act) 및 부정경쟁/사칭금지법 (Passing off) 등에 의거 사용 금지 및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즉, 유명인의 초상을 상품 또는 서비스의 광고 등에 동의없이 사용하여 그 유명인이 해당 사업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홍보하거나 해당 제품/서비스의 성능, 질, 효과 등을 인증한 것처럼 소비자를 오도 또는 기만하는 행위는 소비자법에 의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거나, 경멸, 조롱, 멸시를 초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인의 초상을 동의없이 인터넷에 게시 또는 출판한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에 유명한 럭비 선수인 Andrew Ettinghausen은 자신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체 사진을 허락없이 게재한HQ Magazine잡지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벌여 승리하였습니다. 만일 경쟁업체 또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업체가 저명한 개인 또는 사업체의 이름을 사칭하거나 저명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하여 이익을 보는 행위는 상표법 및 부정경쟁/사칭금지법 위반에 해당되어 손해 배상 명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건물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 공공장소에 전시된 조형물, 공예품의 사진을 찍는 것과 관련하여 특별한 허가를 요하지 않습니다. 단, the Sydney Harbour Foreshore Authority Regulations 2011에 의거 시드니 항 (달링하버, 더 락스 지역 등)에서의 상업적 사진 촬영 및 사용은 라이센스 비용을 내고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사진 촬영이나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촬영은 예외입니다.
사진 저작권에 대해 많은 분들이 혼동하시는데, 일반적으로 공공 장소에서 타인의 초상을 촬영한 사진의 소유권자는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지 사진 속의 등장 인물이 아닙니다. 물론, 사진을 찍어준 사람이 커미션을 받거나 스튜디오 등에 고용된 직원의 신분으로 고용주를 위해 촬영을 했을 경우에는 소유자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당사자 간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라 누가 저작권자가 될 지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2014년에 이슈가 되었던 원숭이의 셀피 (Selfie) 사진도 (원숭이가 카메라를 스스로 조작하여 자기 자신을 찍었던 사진을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무단으로 사용해서 촉발된 사건) 그 카메라 소유자와 원숭이 편에 선 동물 보호 단체 간의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그 카메라 소유자도 그 원숭이도 둘 다 해당 사진의 저작권자가 될 수 없다는 판결났습니다. 법대로 하자면 카메라 주인이 아닌 사진을 찍은 사람이 저작권자가 되는 게 맞지만 원숭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작권법 상 사진의 창작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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