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상표 분쟁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 (sparkling wine)의 일종으로 프랑스의 ‘샴페인’ (불어로는 ‘샹파뉴어’)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를 이용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유럽연합 (EU)에서는 샴페인이라는 단어를 지리적 표시 상표로서 보호하여 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에는 샴페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독특한 맛, 그리고 독점적 생산지로 인해 샴페인 시장은 세계적으로 약 70억달러 규모의 프리미엄급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시장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의 샴페인 생산자와 포도 재배자들로 구성된 국제 샴페인 협회 (Comite Interprofessionnel du Vin de Champagne) (CIVC)는 철저한 상표 관리 및 적극적인 법적 조치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호주의 한 와인 카운셀러이자 자칭 샴페인 전도사인 Rachel Jayne Powell은 2012 년 호주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Champagne Jayne” 이란 상표를 이벤트, 전시, 오락 등과 관련하여 상표로 등록하려다 CIVC의 표적이 되어 장장 5년여에 걸친 법적 분쟁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Powell의 상표 등록 시도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것이 그녀는 2003년 대학 시절부터 샴페인에 관심이 많아 친구가 붙여준 별명 Champagne Jayne이라는 이름으로 강연도 하고 책도 쓰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CIVC는 호주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하는 동시에 호주 연방법원에 Powell을 상대로 제소도 했습니다. CIVC는 Powell이 샴페인이 아닌 일반 스파클링 와인에 샴페인 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소비자를 오인, 혼동하게 해서 호주 소비자법 (Australian Consumer Law) 및 호주 와인/브랜디 기업법 (Australian Wine and Brandy Corporation Act) 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년에 걸친 소송 결과 연방법원은 Powell이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한 한 개의 해쉬태그 (hashtag) “#thisisnotchampagne” 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그 외에는 소비자법 위반 사례가 없다며 Powell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아울러, Powell은 와인 제조가가 아닌 홍보가에 지나지 않아 호주 와인/브랜디 기업법 위반 사항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CIVC는 Powell이 영국에서도Champagne Jayn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샴페인 관련 강의와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호주에서의 소송과는 별도로 영국에서도 로펌을 고용하여 Powell에게 해당 이름의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했습니다. CIVC 는 Powell이Champagne Jayne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영국식 스파클링 와인 (English sparkling wine)을 홍보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습니다.

호주 법원의 명령으로 멜번과 영국을 오가며 여러 차례 중재도 참석하고 지난한 소송 과정을 거치면서 법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Powell의 변호인단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쯤되면 웬만한 사람 같으면 CIVC의 요구를 받아들여 Champagne Jayne 이라는 이름을 포기할 것 같습니다만 Powell은 자신의 명예, 그리고 Champagne Jayne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온 명성, 더 나아가 CIVC와 같은 거대한 단체의 괴롭힘 전술에 대항하고자 끝까지 싸우기로 했고 법원에 요청해서 Probono 변호사를 소개 받았다고 합니다.

연방법원에서의 제소와는 별개로 CIVC는 호주 특허청에서 Powell이 “Champagne Jayne”이라는 이름을 상표 등록하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했습니다. CIVC의 주요 논지 중 하나는 “Champagne Jayne”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진행되면 해당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제공되는 술이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샴페인으로 여길 가능성이 농후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 역시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의 맛을 딱히 구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만 위와 같은 CIVC의 주장은 상표 사용과 소비자 혼동의 개연성을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기도 합니다. 여하간 CIVC의 이의신청은 실패해서 특허청은 2017년 5월 경 Powell의 “Champagne Jayne” 상표 등록을 허락해줬습니다.   

거대 기업의 영세 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따돌림 전략 (bulling tactic)은 최근 전혀 낯선 전략이 아닙니다. 브랜드는 오랜 기간 품질 관리와 마케팅을 통해 축적한 명성의 결과이므로 획득만큼이나 관리도 중요합니다. 즉, 조금이라도 유사한 상표를 누군가 임의로 사용하는 것을 한 번 방치하기 시작하면 안 좋은 선례를 남기기 때문에 추후 발생한 큰 분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의 적극적 법적 조치가 다 이유있는 것이며 영세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초 브랜드 선택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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