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 즐겨먹는 Weet-Bix라는 시리얼이 있습니다. Weet-Bix는 통밀로 만든 직사각형 모양의 비스킷 시리얼로 영양식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Weet-Bix는 1920년대 호주 퍼스에서 거주하던 Bennison Osborne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고, 투자자인 Arthur Shannon과 뉴질랜드 출신 사업 파트너 Malcolm Macfarlane 와 함께 본격적인 사업을 펼쳐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습니다. 1930년대 Shannon은 자신의 지분을 Grain Products Limited라는 회사에 팔고 이 회사는 다시 Sanitarium Health Foods Company (舊 Australasian Conference Association)에 사업을 넘겨 현재는 Sanitarium 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Weet-Bix에 대한 상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Osborne 과 Macfarlane은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건너가 Weet-Bix를 약간 변형시킨 새로운 시리얼을 개발해서 Weetabix라고 명명했고 이 Weetabix는 현재 Weetabix Limited라는 회사가 상표권을 갖고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에는 같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형제같은 두 제품들이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Sanitarium에 의해 Weet-Bix라는 브랜드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Weetabix Limited에 의해 Weetabix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최근 뉴질랜드로 수입되던 300박스의 Weetabix가 뉴질랜드 세관에 압류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Weet-Bix의 상표권을 갖고 있는 Sanitarium이 세관에 상표권 침해로 압류 요청을 한 것에 대한 조치였습니다. 뉴질랜드로 들여오려던 Weetabix의 수입업자는 Christchurch에 있는 A Little Bit of Britain이라는 작은 식품점이었습니다. A Little Bit of Britain은 영국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해 간 영국 교민을 위한 로컬 식품점으로 각종 영국산 식품을 수입, 판매하는 가게라고 합니다. 예전 영국에서 살며 Weetabix 맛에 길들여진 영국 교민들이 뉴질랜드로 건너와서도 뉴질랜드 버전인 Weet-Bix가 아닌 Weetabix를 찾고 있어 영국으로부터 Weetabix를 수입해왔던 것 같습니다.
상표법적인 관점에서만 보자면 Weetabix의 수입행위는 뉴질랜드의 등록 상표 Weet-Bix를 침해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세관 압류는 정당한 조치인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소비자, 엄밀히 말하면 뉴질랜드에서 거주하는 영국 교민들이 보인 거센 반응입니다. 즉, 졸지에 영국에서 맛보던 고향의 맛 (?) Weetabix를 사먹지 못하게 된 뉴질랜드 거주 영국 교민들은 소셜미디어 (SNS)로 몰려가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는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FreeTheWeetabix라는 해시태그를 걸며 Sanitarium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들은Weetabix의 세관 압류를 해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Sanitarium의 Weet-Bix 를 사먹지 않을 것이라며 불매운동을 경고하고 나섰고, 또 어떤 이들은 작은 로컬숍을 망하게 하기 위한 선발주자의 왕따 전략 (bullying tactics)이라며 Sanitarium에게 fair play를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응원에 힘입은 A Little Bit of Britain의 공동 오너인 Lisa Wilson은 Sanitarium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언론에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편, Sanitarium측에서는 성난 언론을 잠재우기 위해서인지 수입하려던 Weetabix 제품에서 Weetabix라는 상표를 지우거나 가려서 들여오면 세관에 압류 해제를 요청해보겠다고 한 발 물러셨습니다.
이렇듯 지적재산권 침해 사건에서 권리 행사시 예기치 못한 소비자의 반발 (backlash)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다른 예로, 2013년 Hungry Jack’s가 자신들의 ‘Whopper’ 상표를 침해했다며 Gosford 인근 Wamberal 지역에서 20년간 운영해 온 동네 햄버거 가게 ‘Wambie Whopper’를 상대로 상표침해중지 경고장을 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Wambie Whopper의 고객들이 Hungry Jack’s 페이스북 페이지에 항의글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Wambie Whopper의 단골 중 한 명인 유명한 럭비 스타 Matt Burke가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 ‘Save the Wambie Whopper’ 는 29,000건이 넘는 Likes를 받았습니다. 또한 <change.org>에는 Wambie Whopper를 지지하는 청원이 5,000건이 넘는 등 큰 사회적 이슈가 되자 Hungry Jack’s 는 슬그머니 자신들의 요구를 철회했습니다.
또한, 2014년 Gelato Messina는 시드니 동성애 축제 Mardi Gras를 기념하기 위해 Unilever의 유명 아이스크림 이름을 본따 ‘Gaytime’을 선보였다가 Unilever가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Messina는 이 사실을 페이스북에 알리며 페이스북 팬들의 긴급 공모를 받았고 그 결과 비꼬는 듯한 이름인 ‘Unileave Us Alone’로 아이스크림 이름을 변경한 일화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지적재산권자의 권리 행사시 여론의 역풍을 충분히 고려한 현명한 접근 방법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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